영화 · 기록

레이디 두나

한줄평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태생이 아니라 책임이다.

줄거리

시신이 발견되었다. 이 시신은 누구이며 시신과 연관된 그녀의 정체를 밝혀라!

소감

드라마의 전체적인 서사보다, 한 번씩 던지는 사회적 질문들이 더 오래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사기를 저질렀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누구에게도 실질적인 피해가 없었다면 그것은 여전히 잘못일까요. 이 드라마는 바로 그 모호한 경계를 집요하게 묻습니다.

『레이디 두나』에서 말하는 ‘부’는 단순히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닙니다. 돈으로 감정을 사려는 사람들, 혹은 감정을 지키기 위해 돈을 쌓는 사람들 속에서 부는 하나의 심리 상태로 변합니다. 그것은 자산의 규모라기보다, 결핍을 감추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의 핵심에는 ‘아비투스 콤플렉스’가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같은 원가의 브랜드를 팔면서도 누군가는 사업가로, 누군가는 사기꾼으로 불리는 세계. 화려한 우울, 예쁜 쓰레기라는 표현처럼 겉은 번쩍이지만 안은 공허한 풍경들. 사라킴 역시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자신의 계획을 제외하면 텅 빈 껍질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 또한 그렇습니다. 그것은 법이나 가격표로 나뉘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욕망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마지막에 가희가 ‘미정’도 ‘가희’도 아닌 ‘두아’가 되기로 선택하는 순간, 진짜와 가짜의 구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 선택은 도망이 아니라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감당하겠다는 태도. 어쩌면 모든 혐의를 인정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 지점에서 이 드라마는 질문을 멈추고 하나의 답을 제시합니다.

이제 솔직한 감상입니다.

전개는 서스펜스 장르처럼 믿기 힘든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합니다. 가볍게 보면 충분히 흥미롭지만, 의도를 파악하려 신중하게 따라가다 보면 다소 당황스러운 전개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인물에게 지나치게 많은 서사가 집중되고, 중간중간 추론 장면이 삽입되면서 서사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의상과 색감, 가방 디자인 등 미장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각적인 완성도는 높았지만, 대본과 상황 전개에서의 설득력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말로 향하기 위해 사건을 억지로 끌고 간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형사 캐릭터 역시 유능하게 설정되어 있지만,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움직이는 듯한 전개는 긴장감을 오히려 떨어뜨립니다. 주인공들의 선택과 사건의 전개가 지나치게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드라마적 장치가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그 지점에서 저는 가장 큰 실망을 느꼈습니다.

좋은 질문을 던졌던 작품이었기에, 그 질문을 떠받칠 서사의 밀도까지 함께 따라와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번외

드라마에서 계속 명품이 나오길래 TMI지만, 나에게 명품 구매란 무엇인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명품을 살 때 무엇을 가장 고민할까 고민해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디자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브랜드의 역사와 가치를, 또 어떤 사람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먼저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한때 ‘보여지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오늘 무엇을 입었는지, 어떤 브랜드의 옷을 걸쳤는지가 곧 나의 의미를 설명해 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특히 그랬습니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 시절의 저는 로고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옷을 유독 열심히 찾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해당 브랜드의 로고가 저를 표현해주는 상징과 같이 되기를 바랐거든요. 쉽게 생각하면, 나 자신이 설명할 것이 없으니 다른 역사를 따와 설명을 부탁했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보이는 것’이 곧 명품의 기준일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가격이나 로고,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입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의류나 액세서리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사회적 해방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쉽게 소화하지 못할 것 같은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뻔한 선택에서 일부러 한 번 비틀어 나만의 결을 만드는 것. 그 지점에서 옷은 과시가 아니라 표현이 됩니다.

누군가는 “저 디테일만 없어도 더 깔끔할 텐데”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작은 요소 하나가 나의 뻔함을 지워준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선택합니다.

이제 저에게 명품은 값비싼 로고가 아니라, 나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선택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