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기록

하트맨

한줄평

그래도 히트맨2보다는 낫다.

줄거리

좋아했던 첫사랑과는 불운한 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헤어지게 되었다. 그 후 남자는 다른 사람과 결혼했지만, 결국 또 한 번 이별을 겪게 되고 어린 딸을 홀로 키우며 살아간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과거 자신을 사랑했던 그녀가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난다.

하지만 그녀는 또한 그를 사랑하지만 그가 애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남주는 말하지 못하고 이를 숨기면서 그녀를 만나게 되는데.

소감

권상우라는 배우를 떠올리면 이제는 이상하리만큼 히트맨 시리즈가 먼저 따라온다. 배우 개인의 얼굴보다 특정 작품의 이미지가 먼저 겹쳐지는 순간이 있는데, 내게 권상우는 어느새 그런 배우가 되어버렸다. 처음 히트맨을 봤을 때만 해도 그냥 가볍게 소비되는 오락영화 정도로 생각했다. 짧은 숏폼 영상들을 억지로 한데 이어 붙인 듯한, 휘발성 강한 한국식 코미디 영화라는 인상이 더 컸다. 그래서 히트맨2가 나왔을 때는 속으로 다짐했었다. 이걸 또 보게 된다면 나는 정말 똥인지 된장인지도 찍어먹어봐야 아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결국 또 봤고, 그렇게 나는 정말 직접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히트맨2가 특히 아쉬웠던 이유는 영화로서 남는 감정이나 서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큰 감동도 없고, 오래 기억될 만한 장면도 없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도 약했다. 전체적으로는 짧고 자극적인 장면들을 조잡하게 이어 붙인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남은 것은 작품 자체보다도, 같이 본 친구들과 서로를 놀리며 웃었던 기억뿐이었다. 어쩌면 영화보다 그 시간을 소비한 방식이 더 선명하게 남은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트맨을 보게 된 과정 역시 비슷했다. 히트맨2까지 본 입장에서 이 정도쯤은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상한 오기 반, 체념 반으로 선택한 영화였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기대치를 지나치게 낮춰둔 탓인지 생각보다 훨씬 무난하게 볼 만했다. 아주 뛰어난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예상했던 것만큼 형편없지는 않았다.

물론 아쉬운 지점은 분명하다. 특히 여주인공이 왜 그렇게까지 아이를 싫어하는지에 대한 감정선은 끝까지 선명하게 와닿지 않았다. 커리어가 망가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나 문화적 배경 같은 설명이 암시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관객의 공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만큼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정은 존재하지만, 감정은 따라오지 못하는 느낌에 가깝다.

초반부의 밴드 장면이나 둘리 패러디 장면은 솔직히 꽤 불안했다. 이 영화도 비슷한 방식으로 무너지는 것 아닐까 싶어서 중간에 다른 영화를 볼까 고민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끝까지 보게 됐다. 아주 잘 만든 영화라서라기보다는, 한국식 코미디 영화가 익숙한 방식으로 웃음을 쌓아가는 흐름이 의외로 크게 거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는 무난한 가족 코미디, 혹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상업 코미디의 문법 안에서 적당히 기능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개그가 의외로 잘 맞았다.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영화가 가져가려는 가벼운 분위기 안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오히려 가장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요소로 작동했다. 다만 12세 관람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키스 장면의 빈도는 다소 많게 느껴지기도 했다. 수위 자체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체 톤과 비교했을 때는 조금 튀는 인상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 말고는 어른들의 개그가 너무 재미없었다는 단점이 있긴하다.

그래도 영화 속 몇몇 순간은 의외로 오래 남는다. 사랑은 결국 돌아온다는 식의 대사를 듣는 순간, 문득 별빛을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가 별을 본다는 것은 아주 오래전 출발한 빛을 뒤늦게 마주하는 일이라는 사실처럼, 사랑 역시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한 뒤 한참의 시간을 돌아 다시 도착하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영화가 끝까지 그 정서를 깊게 밀어붙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런 비유를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여운이 있었다.

또 “태양보다 더 멀리서 날아온”이라는 노래는 영화와 별개로도 꽤 인상적이었다. 영화 전체보다 오히려 그 노래가 주는 감정이 더 또렷하게 남았다고 말해도 될 정도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영화가 그런 정서적 요소를 끝까지 중심에 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나간 말과 장면들이 더 큰 복선으로 이어지거나, 몇 년 뒤 다시 돌아온 관계와 감정이 더 깊게 맞물렸다면 훨씬 여운 있는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영화는 거기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 결국 몇몇 좋은 요소를 품고도, 그것들을 충분히 확장하지 못한 채 익숙한 코미디 영화의 자리에서 멈춘다.

정리하자면 하트맨은 기대를 낮추고 보면 생각보다 무난하게 볼 수 있는 한국식 코미디 영화다.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고, 감정선이나 서사 구조에는 분명 허술한 부분이 있다. 최원섭 감독님의 대학교 졸업 작품이라고 하면 나쁘지 않게 볼만하다.

번외

외국의 작품인 노키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