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
크로스핏에서는 1년에 한 번 Open이라는 것을 한다. Open은 전 세계 사람들과 동시에 경쟁하는 이벤트다. 나루토로 따지면 중급닌자 선발시험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정해진 와드를 수행한 뒤 기록을 입력하면 된다. 같은 운동을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한다는 게 묘하게 설렌다.
사실 나도 궁금했다. 내가 전 세계에서 몇 등 정도일지;; 그리고 이런 무대에 한 번 서보면,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코치님이랑 회사 선배님이 계속 “Open 할 거야?” 라고 물어본 것도 크다. 처음엔 그냥 웃어넘겼는데, 계속 듣다 보니 어느 순간 뇌이징이 되어 있었다.
좋다. 톤은 그대로 두고, 문맥만 더 자연스럽게 정리해볼게.
[마음가짐]
뒤에서 일등이어도 괜찮다. RXD로 꼴등이든, 스케일로 꼴등이든 상관없다. 오히려 그런 부끄러움이 나를 더 자극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나는 항상 크로스핏을 하면서도 한 발 물러나 있었다. ‘내일 회사 못 가면 어떡하지.’ ‘여기까지만 하고 멈출까.’ 그런 생각이 운동 중에도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특히 유산소를 할 때면 더 그랬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조금만 힘들어지면 헛웃음이 나오고, 그 이상은 밀어붙이지 못했다.
이번 Open은 다르게 해보고 싶다. 힘들어서 실신할 것 같더라도, 한 번은 끝까지 가보고 싶다.
이번 목표는 기록이 아니라,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1주차]
For time:
20 wall-ball shots
18 box jump-overs
30 wall-ball shots
18 box jump-overs
40 wall-ball shots
18 medicine-ball box step-overs
66 wall-ball shots
18 medicine-ball box step-overs
40 wall-ball shots
18 box jump-overs
30 wall-ball shots
18 box jump-overs
20 wall-ball shots
Time cap: 12 minutes
두렵다 못해 벌써 다리에 경련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현재 내 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가벼웠던 월볼 샷이 20개쯤 넘어가면서 뭔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느꼈고, 회복하며 호흡을 되찾아야 하는 박스 점프에서는 오히려 심장이 터질 듯이 더 빨라졌다. 무엇보다도 모두가 응원해주고 있었는데, 혼자 박스 점프를 하다가 뛰는 도중 넘어졌던 것이 너무 창피했다. 그때부터는 사람들이 “집중! 집중!”이라고만 외쳐주셨다. 솔직히 와드에 들어가기 전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행할수록 차라리 생각을 비우고 하다 보면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넘어지고, 숨이 차고, 쉬게 되었고,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하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고통은 마주해야 하는데 피하려고만 하니까 결국 더 못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만 앞설 뿐, 내 몸은 이미 숨이 차 있었고 심박수는 최고치를 찍고 있었다. 그리고 영상을 다시 확인해 보니, 한계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에도 계속 쉬고 있는 내 모습이 보여서 갑자기 너무 화가 났다.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 피하지 말고 끝까지 마주해야겠다.
[2주차]
For Time:
80-foot Dumbbell Overhead Walking Lunge
20 Alternating Dumbbell Snatches
20 Pull-ups
80-foot Dumbbell Overhead Walking Lunge
20 Alternating Dumbbell Snatches
20 Chest-to-bar Pull-ups
80-foot Dumbbell Overhead Walking Lunge
20 Alternating Dumbbell Snatches
20 Muscle-ups
Time cap: 15 minutes
너무 운동을 빠졌다가 할려니까 두렵다.
나는 왜 크로스핏을 7일 동안 쉬었는가. 돌이켜보면 핑계가 너무 많았다. 조금만 더 부지런히 나갔더라면 체스트 투 바 정도는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다. 사실 머슬업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체스트 투 바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슴이 철봉에 닿기만 하면 되는 동작이니, 무조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당기는 힘이 부족한 나는 결국 해내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현재 풀업조차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가 체스트 투 바를 하겠다고 한 것부터 무리였을 수도 있다.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고, 결국은 그 순리를 따라가야 하는데 나는 RXD를 하겠다는 마음만 앞선 나머지 체스트 투 풀업조차 하나 하지 못했다. 나를 응원해주신 분들도 계셨기에 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저지님께 정말 죄송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힘든 상황에서 버티고 있는데, 나 혼자만 어떻게든 쉬어보려는 것처럼 느껴졌던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다음 날 새벽 다시 재도전하러 갔다. 하지만 1시간 30분 동안 체스트 투 바를 연습했음에도 나는 단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오픈은 나에게 가장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다. 자신의 수준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에 맞게 차근차근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ㅁ,
[3주차]
For time:
2 rounds of:
12 burpees over the bar
12 cleans, weight 1
12 burpees over the bar
12 thrusters, weight 1
2 rounds of:
12 burpees over the bar
12 cleans, weight 2
12 burpees over the bar
12 thrusters, weight 2
2 rounds of:
12 burpees over the bar
12 cleans, weight 3
12 burpees over the bar
12 thrusters, weight 3
Time cap: 16 minutes
생각보다 할만할 줄 알았다.
쓰러스터가 이렇게 힘든 건지는 몰랐다. 먼저하신 선배니미 엄청 힘들어하시길래. 그래! 선배님보다만 더 해보는거야! 라는 결심을 가진 나였지만. 실상은 선배님보다 못했다는거다.. 체력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자세의 필요성도 심하게 느꼈다. 몇라운드 바로 지나니까 허리에서 울부짓는 고통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버피 할때 점프가 후반부에 잘안된다면 발을 하나씩 몸 쪽으로 가져와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이거 시작하기 전에 꿀팁이라면서 영상들을 모조리 찾아봤지만 결론은 단시간에 그사람들같은 생각을 반영할 수 없다. 분명 그거 꿀팁이라고 써놓고 재측 안하시고 넘어간 사람 있는 것 같다. 재측을 할까 고민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오픈이라는게 재측이 얼마나 힘들고 용기있는 행동인지를 알 수 있었다.
[오픈 소감]
오픈이 끝났다. 퇴근 후 RXD로 오픈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이번에는 좋은 컨디션으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 큰 의미를 두기보다, 꾸준히 운동하면서 경험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임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오픈을 통해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히 알게 됐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들어갔지만, 다른 사람이 먼저 오픈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긴장이 됐다.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마음이 조급해졌고, 내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더 그랬다.
이번 오픈을 하면서 몇 가지를 배웠다. 운동은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게를 올리는 것보다 자세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코치님 말씀처럼 기본이 먼저라는 걸 다시 느꼈다. 또 오픈은 단순히 힘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체력과 호흡을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번 오픈에서 느낀 것들을 잘 가져가서, 다음 오픈에서는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임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