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어릴 적부터 자연과 동물을 사랑해 온 메이블은, 할머니와의 약속이 깃든 숲을 지키기 위해 동물들과 함께 시장 제리의 순환 고속도로 건설에 맞서게 됩니다.
소감
대체로 디즈니 영화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큰 틀에서는 **〈The Lorax〉**와도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나무 요정으로서 숲을 지키려는 로렉스와, 동물들과 자연을 지키려는 메이블의 모습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로렉스는 자신의 논리와 신념을 바탕으로 나무를 지키려는 인물이라면, 메이블은 할머니와의 약속 때문인지, 혹은 자연 그 자체를 사랑해서인지, 다소 무작정 자연을 지키려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냉정하게 본다면 주인공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왜 저렇게까지 행동하는지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메이블처럼 철없이 무언가를 지키려 했던 순간이 우리에게도 한 번쯤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 역시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때로는 어떻게든 내가 맞다고 우기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고, 또 같은 생각을 하더라도 더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대표처럼 나섰다가 실망을 준 경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그런 감정을 꽤 잘 표현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주인공의 자연 사랑은 다소 철없게 보일 수도 있지만, 디즈니 영화인 만큼 너무 냉정하게만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예전에 누군가 “어른이 되면 디즈니 속 악역의 마음이 이해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제는 정말 악역의 마음에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엄마의 복수를 위해 나온 애벌레보다는 시장 제리의 마음이 더 이해되었습니다. 특히 제리의 출근길 장면은 묘하게 공감되기도 했고, 누구나 한 번쯤은 저런 순간을 겪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메이블이 “죽고 싶지 않다면 사업을 포기하라”고 말했을 때, 어른으로서 쉽게 지킬 수 없는 말을 끝내 하지 못하는 제리의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 외에도 귀여운 동물들이 많이 등장해서 소소한 재미를 주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조지였다고 생각합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누구라도 좌절했을 법한 상황이었지만, 조지는 끝까지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그 밝은 표정과 과한 리액션이 오히려 조금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주변에 자리 잡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 안에는 오랜 시간과 믿음이 필요했을 테니까요. 대체로 이런 인물일수록 마음속에는 거센 감정이 숨겨져 있기 마련인데, 조지는 정말 순수한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번에 **〈호퍼스〉**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도 바로 그 ‘진짜 순수함’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기계에도 감정을 부여하지만, 인간은 때때로 사람에게조차 기계처럼 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쉽게 마주하지 못했던 순수함이 이 영화 안에서 더 예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조지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캐릭터였고, 좌절한 메이블에게 “신뢰란 나뭇가지로 쌓은 댐과 같다”고 설명해줍니다. 무너진 신뢰도 다시 쌓으면 된다는 그 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무엇보다 처음 본 누군가가 마음에 들면 바로 자신의 오른팔로 임명해버리는 조지의 모습은 정말 귀여웠습니다. 메이블은 신뢰를 두 번 이상 깨뜨렸지만, 조지는 분명 실망했을지언정 끝까지 메이블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런 마음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평점은 왜 조금 아쉽냐고 묻는다면, 영화 속 인물들이 아니라 영화 자체의 완성도로 보았을 때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정작 크게 와닿는 울림은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서브 캐릭터들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역할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웃기기 위한 코미디 요소로 들어간 것처럼 보여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다만 어린이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웃겼던 장면은 연못의 법 이야기가 나올 때였습니다. 약육강식의 세계라 필요하면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어도 된다는 설정은 꽤 당황스러우면서도 웃기게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영화는 분명 어린이 영화다운 단순함과 귀여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이 공감할 만한 감정도 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완성도와는 별개로, 저는 나름대로 인상 깊게 본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