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기록

윗집 사람들

한줄평

미친 피카츄

줄거리

매일 밤 위층에서 들려오는 과격한 관계 소리를 해결하기 위해 저녁 식사에 초대했지만.. 이야기가 점점 산으로 가다가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게 된다.

소감

현실적인 부부의 조용하고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윗집에서 들려오는 관계의 소리로 인해 불만을 품게 된 부부가 어느 날 그들을 집에 초대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자극적인 설정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진짜로 건드리고 있는 건 단순한 19금 소재라기보다 부부 사이의 솔직함, 욕망, 그리고 감정을 어디까지 드러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라고 느껴졌다. 물론 까고보면 19금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핵심은 결국 “우리는 정말 솔직한가?”라는 질문에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여러 욕망과 페티시, 그리고 민망하고도 과장된 상황들은 처음에는 황당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피카츄와 최불함의 조화를 보여준다. 남의 입을 통해 욕망이 드러났을 때와, 내가 믿고 있던 관계의 윤리가 흔들릴 때 받는 충격을 꽤 코믹하면서도 낯설게 보여준다.

특히 부부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로웠다. 부부는 가장 편한 관계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조심해야 하는 관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 속 부부는 서로 가까운 사이임에도 정작 중요한 감정은 쉽게 말하지 못하고, 불편한 문제는 피한 채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윗집 부부가 던지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결국 “좀 더 솔직해져라”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을 풀어가는 방식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고 상당히 과장되어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영화의 코미디가 성립한다고 느꼈다.

남편과 아내의 태도 차이도 인상적이었다. 남편은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에 솔직하지 못하고 계속 회피하려는 인물로 보인다. 반면 아내는 다소 흔들리고 과장된 모습이 있더라도, 적어도 자기 감정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이 차이가 영화 안에서 갈등과 웃음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말로는 쿨한 척하지만 몸은 전혀 그렇지 못한 장면들, 서로 솔직한 척하면서도 끝내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들이 꽤 웃기게 다가왔다.

이 영화는 분명 취향을 탈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자극적인 설정과 다소 민망한 전개, 그리고 노골적인 유머 코드 때문에 누구에게나 추천하기는 어렵다. 다만 단순히 선정적인 영화로만 보기에는, 관계와 욕망, 솔직함에 대한 질문을 의외로 집요하게 붙잡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진지하게 보면 철학적인 면도 분명히 있고, 또 현실적으로 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황당해서 웃기기도 하다. 이 애매한 경계가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잘 만든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냥 가볍게 소비되고 끝나는 영화도 아니었다. 보고 나면 “이 영화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를 한 번쯤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국적인 관계와 정서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질감도 있었지만, 그 낯섦 자체가 오히려 이 영화를 더 기억에 남게 만들었다. 추천은 쉽게 못 하겠지만, 묘하게 곱씹게 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