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노래하는 총잡이부터 떠돌이 사냥꾼, 역마차에 탄 낯선 이들까지,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섯 편의 독립된 단편이 옴니버스로 펼쳐진다. 각 이야기는 삶과 죽음, 운명과 우연을 코엔 형제 특유의 블랙코미디와 서정적인 시선으로 엮어낸다. 가볍게 웃다가도 문득 서늘해지는, 서부극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쓸쓸한 헌사다.
소감
서부 영화를 이렇게 표현한 작품은 처음 본 것 같다. 감독은 "이야기는 남지만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정말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카우보이의 노래〉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그 시대의 '솔직함'이었다. 지금이야 인간이 서로 돕고 사회적 규칙 안에서 살아가며, 아무리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도 그 충동을 전부 억누르며 산다. 하지만 저 시대 사람들은 화가 나면 총을 쏘고, 빼앗고 싶으면 약탈하는, 어쩌면 가장 솔직한 세대였다. 그것이 인간의 가장 당연한 욕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챕터는 두 편이다. "냄비를 맞혔군! 노인이 소리쳤다"와 "장엄하게 펼쳐진 대지에서 그는 사람의 흔적도, 사람이 있었던 흔적도 보지 못했다." 이 둘이 가장 인상 깊었고 많은 영감을 주었다.
"냄비를 맞혔군"은 서부 시대에 은행을 털려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냄비를 뒤집어쓴 노인에게 붙잡혀 교수형에 처해질 뻔하지만, 인디언들의 습격으로 상황이 뒤바뀐다. 목에 밧줄이 걸린 채 말 위에 올라탄 그. 말은 풀을 찾아 조금씩 움직이고, 그때마다 밧줄은 그의 목을 옭아맨다. 그러다 누군가 그를 구하러 온다. 하지만 소몰이를 도와달라던 그 사람은 카우보이를 보자마자 도망쳐 버리고, 그는 이번엔 소도둑으로 몰려 또다시 교수형에 처해진다. 다만 이번에는 죽음의 순간,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며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줄거리만 보면 별것 아닌 듯하지만, 이 이야기가 왜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는지 모르겠다.
"장엄하게 펼쳐진 대지"는 금을 찾는 한 노인의 이야기로 시작해, 그가 마침내 금광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노인과 바다》의 노인처럼 끊임없이 곡괭이를 들고 금을 캐는 노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힘겹게 금을 찾아내지만, 뒤따라온 젊은 사내가 그에게 총을 겨누고 쏴 버린다. 노인은 파리가 몸에 앉아도 죽은 척을 하다가, 젊은 사내가 다가온 순간 돌로 그를 찍어 죽이고 마침내 금을 손에 넣는다.
이 장면에서 또 한 번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한 사람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총 한 발이면 해결될 문제였다는 사실. 그것이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마부는 멈추지 않았다", "아서 씨는 빌리 냅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카우보이의 노래", "밥줄" 등 서부 시대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 편의 우화 같은 이야기를 보다 사실적으로 풀어낸 느낌이랄까. 특히 "밥줄" 에피소드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세 편을 꼭 추천하고 싶다. 물론 나머지가 별로였다는 건 아니다. 다만 "마부는 멈추지 않았다"와 "빌리 냅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는 내가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화질도 좋고, 힐링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난다면 한번쯤 봐보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