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기록

사람과 고기

한줄평

살고 싶은 게 아니라 살 맛나고 싶은 이들에게 사회는 계산서를 내민다

줄거리

폐지를 주우며 홀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노인 형준은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우식, 화진을 만난다. 세 사람의 목표는 단 하나 — 돈 한 푼 내지 않고 서울 곳곳을 돌며 고기를 실컷 먹는 것. 혼자가 아니라 셋이 함께 고깃집 문을 나서는 순간, 세상에서 밀려나 있던 노인 3인방은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고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무전취식이라는 위태로운 놀이 뒤편에, 사회가 외면한 노년의 외로움과 존엄을 담담하게 겹쳐 놓는다.

소감

사실 이 영화를 보게된 것은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노인 혐오에 대해서 무전 취식 부분만 나와서 댓글에 사람들이 노인을 비방하는 욕을 많이 적어두었길래 무슨 영화지하고 넷플릭스에 처보니까 나왔다. 흠..간만에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였다.

나는 어떻게 늙어야 하는가. 젊었을 때 젊음을 최대한 느낄 수 있다면, 늙어서는 대체 무엇을 느낀다는 것인가. 사실 요즘 내가 자주 하는 생각은 '젊을 때 나의 젊음을 최대한 즐겨야 하지 않나'였다. 그렇다면 반대로, 늙어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영화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여기 나오는 노인들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중반까지도 나는 섣불리 '저렇게 되면 안 되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질문이 뒤집힌다. 저 노인들은 저렇게 되고 싶어서 저렇게 된 것인가. 아닐 것이다. 자식에게 버림받고, 자식에게 돈만 부치고, 그마저도 자식이 없는 삶. 그들이 놓인 자리는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소원은 어찌 보면 지나치게 단순했다. 고기를 먹고 싶다. 이 영화에서 고기는 돈을 번 사람만이 사 먹을 수 있는 것이자, 살아 있는 무언가를 먹음으로써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노인들이 그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무전취식이었다.

작중 노인이 무전취식을 하다 걸리는 장면에서, 누군가는 "곱게 늙어라, 왜 젊은 사람들한테 지랄이냐"고 쏘아붙인다. 젊은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노인들은 분명 잘못했고, 혐오가 자라나기 딱 좋은 장면이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온 환경과 처지에서 다시 보면, 미안한 일이긴 해도 그것은 일종의 일탈에 가깝다. 이 영화 속에 행복한 노인은 없다. 그저 처절함과 안쓰러움을 관객에게 안기는 노인만 있을 뿐이다. 젊은이들은 그들을 혐오하고, 자신이 꾸린 가족조차 그들을 외면하며, 나라는 보여주기식 복지로 생색을 낸다.

결국 이들이 원한 것은 그저 살아가는 일이 아니었다. 살 맛 나게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살 맛을 담아내는 소재로는 고기만 한 것이 없었다.

자, 그럼 다시 돌아온다. 나는 노년에 무엇을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하는가. 뻔한 말은 하지 말자. 좋은 아내와 자식을 두고 행복하게 살겠다는 식의 추상적인 다짐은 굳이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 글을 쓰는 내내 결국 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 막연하게 젊음을 누리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 느낀점 보다는 질문만이 남는다.

댓글 · 감정

한마디 남겨주세요 — GitHub 로그인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