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 기록

우리 우주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

이 글을 쓸지 말지 거의 한 달을 고민했다.

나는 3월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사실 과거에도 가끔 사고팔긴 했지만, 용어를 제대로 공부하고 기업을 뜯어보고 차트를 들여다본 것, 그리고 정말 간절하게 매달린 것은 3월부터였다.

처음에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넣는 종목마다 3,4%씩 올려줬고, 단타를 주로 하다 보니 하루 10분만 들여다봐도 통장에 20~40만 원이 우습게 꽂혔다.

그렇게 3월이 지나고, 나는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을 가격표도 보지 않고 샀다. 사실 이 옷을 산다는 건 나에게 꽤 큰 의미였다. '통장에 얼마 이상 모으면 사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한 옷이었기 때문이다. 옷이라는 것에 처음 호기심을 갖게 해준, 그런 옷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어리석게도 돈에 눈이 멀어, 매달 이 정도 수익이 나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다. 한 달 내내 그런 수익을 봤으니까. 무서운 게 없었다. 이 시기에 내가 쓰는 돈은 점점 늘어갔다. 원래대로면 아껴 모아야 할 돈인데, 주식이라는 부수입이 생기니 '이 정도는 더 써도 되지'라는 마음이 든 것이다.

그렇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백만 원어치 옷을 사보는 경험을 했다. 그런데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뭔가 얼떨떨했다. 행복하지도, 우울하지도 않았다. '내가 왜 이 옷을 그렇게 꿈꿨을까.' 허탈함이 몰려왔다. 반품할까 잠깐 고민했지만, 이미 산 거 열심히 입고 다니자며 마음을 접었다. 하루에 만 원씩 낸다 치고 백 번은 입자,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5월이 되었고, 수익이 줄기 시작했다. 이유는 나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였다. 처음엔 500~600만 원으로 시작해 점심값만 벌어도 신나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전 재산을 건 배팅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주식 투자를 한 게 아니었다.

나는 일종의 트레이딩, 아니 투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쩌다 운이 좋았던 것, 그리고 코스피가 7,000~9,000까지 치솟은 시장의 운이 나를 도왔을 것이다. 특정 종목을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이때부터는 -40%, -50%를 우습게 손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괜찮아, 오늘 잃은 건 내일 벌면 되니까.' 실제로 몇 번은 퍼즐이 맞아떨어졌기에, 나는 이게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5월까지만 해도 내 자신감은 하늘을 뚫었다. 일은 일대로 다 하면서도, 잘 때도 놀 때도 머릿속엔 온통 주식뿐이었다.


그렇게 6월이 되었다. 내 인생 최악의 선택.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스페이스X의 상장 소식을 들었다. 스페이스X를 직접 사는 건 시장이 이미 모두에게 다 떨어진 다음에 사는 셈이니, 나는 안전하게 앞으로는 돈을 착실히 모으자는 생각으로 TIGER 미국우주테크 ETF를 샀다. 상장 4일 전, 내 수익은 다시 하늘을 뚫었다. 딱 이만큼만 먹고 나와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 ETF를 운용하는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주식을 단 한 주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잠깐 신경을 못 쓴 사이, 15,000원짜리 주식은 눈을 떠보니 13,000원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한 달 동안 수익 없이 이 주식에 몸을 담갔다는 생각에 '어~ 죽여봐, 죽어도 안 빼'를 시전해버렸다. 그렇게 3일, 4일이 지나자 어느새 주식은 11,000원이 되어 있었다. 세상이 무너진 기분이었다. 머릿속에선 미래에셋증권이 짜증 났고, 괜히 나에게 주식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도, 왜 샀냐고 물어보는 모든 것이 짜증 났다.

내 실수로 들어간 주식인데도, 나도 사람인지라 이걸 부정하고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머릿속은 먼저 남 탓할 거리부터 찾고 있었다. 정말 다행히도, 그 생각이 더 깊어지기 전에 나는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이 시기에 유독 멘탈이 털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돈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에 넣었더라면 적어도 40%는 벌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이 벌 때 진심으로 리스펙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웃어넘겼겠지만, 내가 불행한데 모두가 행복한 그 상황을 두고 나는 딱히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삼성전자 살걸, 하이닉스 살걸'뿐이었으니까.

어느새 미우테(미국우주테크)는 10,000원이 되어 있었다.

나는 결심했다. 그냥 매도하기로. 더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스페이스X가 상장된 지금, 괴리율이 20%를 넘는 이 주식을 들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애초에 나는 '우주의 미래'를 보고 들어온 게 아니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하나만 바라보고 들어온 것이었다. 우주의 미래가 20년, 30년 뒤에 성공할 거라면, 지금 미우테를 들고 있을 게 아니라 스페이스X 본주를 사는 편이 이득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도박하지 말자'를 배웠다. 이 정도면 진짜 마약을 하던 사람도 재활센터에서 멀쩡하게 돌아올 만한 돈이었지만, 억울해도 어쩌겠는가.


문제는, 너무 오래 도박에 잠식돼 있어서였는지, 교훈을 얻고도 든 생각이 고작 '이제부터는 그냥 예적금이다, 삼성전자에 넣어두자'였다는 거다. 그때 삼성전자가 거의 37만 원이었다. ㅅㅂ, 또 당했다. 나는 죽어도 7월부터는 주식을 하지 않고 11월에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다. 7월에 국민연금 재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연금도 불안했는지 6월 25일 긴급 재조정에 들어갔고, 환율은 무지막지하게 뛰었으며, 불안해진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면서 나는 또 삼성전자에 물렸다.

그래도 미우테만큼 큰 감정은 없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왜 하필 내가 사고 다음 날 이렇게 된 건가 정도. 그렇게 억울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다시 마주하는 -10%, -20%, -30%, -40%. 이제는 하도 봐서 좀 친구 같다.


주식을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느꼈다.

우선 도박중독자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좀 웃기지만, 모든 것의 시작은 '복구 심리'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사람들은 하락에서만 이유를 찾는다는 것도. 오르는 건 나에게 이득을 주니 궁금하지 않다. 오히려 주식이 오르면 그 이유를 백 가지는 술술 갖다 붙일 수 있다. 반대로 주식이 떨어지면 그제야 사람들은 원인을 찾기 시작하고, 말도 안 되는 논리라도 자기가 정한 '하락의 이유' 하나에 결론을 내린 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오직 그 하나만을 미워한다.

3개월쯤 도박중독에 빠져 지내보니, 그때 하루하루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지금은 감도 오지 않는다. 시간만 빠르게 흘렀고, 장 시간에 맞춰 알림을 잔뜩 걸어두고 자다가도 장 마감 시간이면 눈이 떠지는 삶을 살았다.

돌이켜보면 그 5만 원, 10만 원 벌던 돈도 그리 깔끔하게 번 돈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놀러 가서도 주식창을 봐야 했고, 알고 싶지 않은 것까지 알아야 했으며, 나만 챙겨도 벅찬 스트레스를 세상 전체를 기준으로 다 끌어안아야 했으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써놓고도, 솔직히 내가 주식을 아예 안 할 것 같지는 않다. 하루에 만 원이라도 더 벌면 모을 돈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니까. 다만 앞으로는 맹신과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는 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번 만큼 누군가는 잃었다는 뜻이고, 그 누군가는 오늘의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까.

뇌를 빼고 심장을 빼고 매도 버튼만 안 누르면 잘하는 게 주식시장인데, 거기서 잔머리를 너무 굴리면 어떻게 되는지도 배웠다. 앞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보고, 뉴스와 경제를 공부하며, 주식 앱을 하루에 평균 139번씩 누르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단타도 좋지만, 이제는 좀 건실하게 살아볼 생각이다.


이걸 블로그에 남기지 않으면, 미래의 나는 분명 똑같은 실수를 똑같이 되풀이할 것이다. 그러면 2년간 뼈를 갈아가며 스트레스로 번 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을 알기에, 이 글을 남긴다.

참, 제목이 '우주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인 이유는 이렇다. 정말 미쳐가지고 나무증권 주식 커뮤니티를 보는데, 사람들이 -7%, -20% 가지고 슬퍼하며 티배깅을 하길래, 내 -67%를 인증하면서 **"우리 우주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라고 글을 올렸다. 그 글이 좋아요 400개를 넘겼고, 그래서 이 제목이 됐다.

댓글 ·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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