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지원 인력은 모두 산불을 끄러 떠났고, 통신마저 두절됐다. 남은 것은 노인들뿐인 바닷가 마을 호포. 출장소의 범석과 성애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놈'을 쫓아 산으로 향했던 성기와 청년들은 되려 놈들의 사냥감이 되어 버린다. 무지에서 비롯된 작은 오해가 사람들 사이의 불신을 키우고, 끝내 마을 하나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비극으로 번져 간다.
소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생각보다 재밌게 봤다. 서사나 줄거리를 걷어내고 보더라도 영상미가 뛰어났고, 한국 영화를 보면서 액션 신에 이렇게 몰입해 쫄았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제작비가 700억이 들었다는데, 사실 CG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CG에 감탄하는 영화들은 보통 2,000억~3,000억 규모의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기대치를 감안하더라도 CG가 꽤 잘 뽑혔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재미없다", "볼 영화가 못 된다"며 혹평을 쏟아내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봤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 이런 작품이, 이런 시도가 있었던가?'를 떠올려 보면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영화를 볼 때는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는구나'가 아니라 '다음 속편이 있겠구나'라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훨씬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극장 영화보다 넷플릭스 시리즈나 드라마로 나왔다면 더 몰입감 있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홍진 감독이 외계어를 직접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작 극 중에서 "시발", "죽고 싶어", "개새끼" 같은 한국어 몇 마디만으로 소통이 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웃겼다. 저 세 마디면 외계인과도 말이 통할 것 같달까. 또 개연성이 흔들릴 때마다 주인공 옆의 보조 캐릭터가 "쟤는 말을 너무 잘하지 않냐?", "이 총은 다 어디서 났어?" 하며 세계관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연출도 은근히 재미있었다. 코미디 요소와 한국적인 정서가 곳곳에 배어 있어 가볍게 즐기기 좋다.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후속편에 대한 욕심이 과했는지, 외계인을 초반에는 대학자처럼 몰아가다가 후반부에 갑자기 각성시켜 '우리 민족을 위해' 움직이게 만드는 전개는 다소 억지스러웠다. 이를 모성애—외계인 자식의 죽음—로 풀어보려 한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 감정선을 황정민 캐릭터에게 억지로 연결해 '외계인 엄마'로 만들어 버린 선택은 좋지 않았다고 본다. 두려움에 친구마저 총으로 쏴 버리는 인물을 모성의 상징으로 세우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친구를 한 번 쏜 뒤로는 다시는 사람을 쏘지 않으려 하는 황정민의 모습은 웃겼고, 순간순간 스치는 그의 연기는 확실히 잘 표현됐다.
여자 배우가 "우린 지금 여기서 빠지면 안 돼요!" 식으로 외치는 대사는 몰입을 다소 깨뜨리기도 했다. 반면 호프의 의상 연출만큼은 정말 훌륭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외계인들도 진격의 거인 에렌 예거도 나오고 짐승거인도 나오고 벨베스도 나와서 재밌었다.
정리하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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