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기록

눈사람 자살 사건

시를 왜 읽어야 할까

― 『눈사람 자살 사건』을 읽고

이 시집은 내가 처음으로 구입한 시집이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온 시는 국어 교과서나 문학 교과서 속 작품들이 전부였다. 최근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된 나는 처음으로 시집을 사보았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시를 그 자체로만 판단하거나, 글의 형식으로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시를 읽을 때, 시를 그대로 읽기보다는 그 안에 나의 현재 감정을 투여해 읽는 편이다. 그래서 같은 시를 읽어도 호불호가 분명히 갈린다. 결국 나는 시를 읽는 게 아니라, 시를 빌려 나를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 ― 「제비꽃」

시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작품은 「제비꽃」이다.

제비가 제비꽃에게 말했다.
“참 예쁘구나, 네가 꽃 필 무렵이면 우리는 바다를 건너 날아온단다.”
그러자 제비꽃이 제비에게 말했다.
“네가 날아오면 나는 꽃을 피워”

이 짧은 대화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시적 구조가 전부 담겨 있다.
과장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고,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는다. 대신 관계만 남긴다.

제비가 와야 제비꽃이 피고, 제비꽃이 피는 계절에 제비가 돌아온다.
제비의 마음에 꽃을 피워주는 제비꽃이 좋다.

『눈사람 자살 사건』

이 시집 전체에는 이렇게 짧고 단단한 문장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나는 「눈사람 자살 사건」이라는 제목의 시를 특히 좋아한다.

죽을 이유도, 살 이유도 찾지 못하는 눈사람.
한 평생 차가운 곳에서만 살아온 존재가, 마지막에 따뜻한 곳을 선택한다.

눈사람에게 따뜻함은 곧 죽음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곳으로 간다.

우리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어서 살고 있는가.
나는 아직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나는 오히려 눈사람의 선택에서
죽음이 아니라 태도를 보았다.

눈사람은 평생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추위를 견뎌왔다.
자기 보존을 위해 환경을 고집해왔을텐데 마지막에 눈사람은 자신을 지키는 방식을 포기한다.

눈사람의 선택은 패배가 아니라
어쩌면 가장 자기다운 방식의 완성이었을지도 모른다.

눈사람은 녹는다.
하지만 녹는다는 것은 형태를 잃는 것이지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시를 읽는다는 것

이 시집을 읽으며 나는 계속 생각했다.

왜 우리는 시를 읽어야 할까.

시는 친절하지 않다.
설명하지 않고, 결론을 주지 않고,
독자를 설득하려 하지도 않는다.

대신 한 문장만 던져놓는다.
그리고 그 문장이 오래 남는다.

소설은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들지만
시는 나를 멈추게 만든다.

멈춰서 생각하게 하고,
생각하다가 나 자신을 보게 만든다.

나는 시를 통해 답을 얻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얻게 된다.

나는 왜 살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지키려고 이렇게 애쓰는가.
나는 녹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시는 인생을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인생을 잠깐 멈춰 세운다.

그래서 나는 시를 읽는다.

우리는 답을 찾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견디기 위해 사는 건 아닐까.